나무그늘

날마다 맑은 유리처럼 떠올라

백부 2015. 1. 6. 10:40

넌 모를거야

밤마다 내가

잠든 나를 살그머니 눕혀놓고

네게로 간다는 걸


이건 더욱 모를 거야

밤마다 네가

잠든 너를 벗어나

나를 맞으러 나온다는 걸


우리 둘이서 즐거이 손잡고

요단강을 넘나들며

벗은 몸에 수천의 꽃잎을 달고

아름다운 불꽃을

입으로 내뿜으면서

발목에 지구를 매달고 날아다닌다는 걸

정말 모를거야


깊은 밤 우리 둘이서

맑은 유리처럼 떠올라

하늘을 마시고 달을 삼키며

그림자도 없이

사랑하고 포옹한다는 걸

넌 모를거야


그리고 넌 이것도 모를거야

밤이 가고 아침이 오면

우리는 헤어져

다시 잠든 몸속으로 들어가

소리도 없이

드러눕는다는 걸

드러누워 불을 끄고

땅 속 깊이 우리의 꽃대궁을

묻어둔다는 걸

그리고 잠 속 깊이 우리의 영혼을

감춘다는 걸

넌 더욱 모를거야


김혜순, 날마다 맑은 유리처럼 떠올라