SCM player skins

허망에 관하여

2014. 10. 30. 20:01

내 마음을 열

열쇠꾸러미를 너에게 주마

어느 방 어느 서랍이나 금고도

원하거든 열거라

그러하고 무엇이나 가져도 된다

가진 후 빈 그릇에

허공부스러기쯤 담아 두려거든

그렇게 하여라


이 세상에선 누군가

주는 이 있고 누군가 받는 이도 있다

받아선 내버리거나

서서히 시들게 놔두기도 한다

이런 이 허망이라 한다


허망을 삶의 예삿일이며

이를테면 사람의 식량이다

나는 너를

허망의 짝으로 선택했다


너를 사랑한다


허망에 관하여, 김남조



;